【L.O.H】Episode. 늑대와 수군 무관 - Part. 이처거문행 #910001 - 1 ♧:1920'S(소설):♣

1. 이 소설은 고증 개무시, 막가파적 구성을 가진 대체역사라 부르기도 뭣하고 판타지라 부르기도 뭣한 그냥 잡설입니다. 깊이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2. 거기다가 군대에서 구상한거라 정말 대중이 없습니다.

3. 쪼가리입니다.

4. 그래도 에러는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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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늑대와 수군 무관



Part. 이처거문행 #910001 - 1


솔직히 말하자.

이 서기관 아가씨를 구하긴 구해야 했다. 실제로 죽을 고생을 다 해서, 흙먼지 잔뜩 먹어가며, 피 한가득 토해가며 구해내긴 했다. 손에 피나도록 산을 기어올라 목이 떨어질 위험을 감수해가며 데려왔다. 구하지 못하면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구하는 것이 별로 내켜지질 않았다.

, 꿈만 같아요~!”

박화원은 베개를 껴안은 채 뒹굴 거리면서 저 말만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침대 무너져요.”

타이프를 치던 강현이 주의를 줘도 들은 체 만 체였다. 다른 땐 맘대로 돌아다니지 말라느니, 큰 소리로 떠들지 말라느니, 그렇게 잔소리 하는 주제에.

무너질 일도 없잖아요. 무너지면 어때요. 꺄아~!”

저기…….”

며칠 산 속 동굴에 잡혀 있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걸까. 누나처럼 이것저것 구박하고 잔소리하던 연상의 서기관은 어디로 가고, 어린애처럼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고성을 마냥 내지르는 스물넷 아가씨만 보였다. , 그래. 둘이서 밖에 돌아다니면 박화원이 연하로 보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타이프 위에 손을 올려놓으니, 박화원은 이제 침대 위에 있는 곰돌이 인형을 상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곰돌아, 넌 어때? 좋지? 푹신푹신하지? 기차에 이런 게 있을 줄이야. 꺄아아아~!

, 적응이 안 된다. 일에 진척이 없었다. 저 곰돌이는 대체 누가 구해온 거냐. 강현은 박화원이 나가면 그 즉시 보좌관과 부관을 조져놓을 궁리를 하고 있었다. 곰돌이를 박화원이 이 방에 데려온 것이라면 모르겠으되, 왜 저게 이 방 소파에 놓여있냔 말이다!

왜 여기 와서 이러고 있어요. 그냥 미로나 다른 애들이랑 있지.”

가끔은 한국말로 좀 떠들고 싶단 말이에요. 만주어는 서툴러서 몇 분 떠들고 나면 머리가 지끈거려요.”

카라, 한국말 잘하던데?”

?”

박화원의 얼굴 가득히 물음표가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목격하며, 강현은 생애 처음으로 막내 동생을 보았을 때 이상의 감탄을 소리 없이 내뱉었다.

그런 건 진작 말 해 달라구요!”

말 해보면 아는 거 아닌가?”

다음으로 박화원의 얼굴이 한없이 새빨개지자, 강현은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다시 타이프 자판을 때리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처거문에 도착해서 대사관 골방 한구석에 감금당하기 싫으면 죽어도 열차 안에서 보고서를 마무리해야 한다. 하지만 한글 타이프도 간신히 마스터한 그에게 만문 타이프는 너무나 먼 당신이었다. 차라리 손으로 쓰라면 쓰겠건만.

, 박 서기는 보고서 안 써도 돼요?”

일은 안 되고 방 안에는 불청객이 들어와서 정신 사납게 하고 있으니 일단은 뭔가 말을 섞으면서 나갈 구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대충 써 뒀어요.”

제길, 선수를 치려 했더니만 흘수선 아래를 정확히 직격 당했다. 부럽다. 하긴 이 아가씨가 보고서 쓸 게 뭐가 있겠나. 내가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만주군 사단을 직접 지휘했나, 그냥 옆에서 고문 노릇이나 좀 해주고 일 끝낼 걸. 더듬더듬 자판을 치는 강현의 입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놈의 만문은 대체 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관외상실 이후에 나름대로 세로쓰기에 편하게 문자개혁 한 것이 이 모양이라니 기절할 노릇이었다.

아아, 원세개 장군님 고맙습니다. 댁이 화북을 먹어버리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 머리가 터져서 이 특급기차 안에 널브러져 있었을 겁니다. 강현은 한 번도 뵌 적 없는 다른 나라의 황제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그나저나 모허에서 불교도군기사단과 조우했던 게 12일 점심 먹기 전이었던가 점심 먹은 후였던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해악이 있다면 그건 결단코 보고서일 것이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요? 나 아직도 꿈꾸는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눈 녹아 진흙탕 된 초원을 헤치며 온갖 불평불만 다 들으면서 아가씨 모시고 다닌 것은 강현이다. 온수 펑펑 쓰고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삼시세끼 꼬박꼬박 챙겨먹는 - 게다가 누군가가 챙겨주는! - 생활이 현실감 없는 것은 강현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아니, 그보다도 외국어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니!

그렇게 꿈꾸는 것 같으면, 볼 꼬집어 줘요?”

됐어요. 안 깰 거예요!”

꼬집어 달래도 꼬집어 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치마 입고 저렇게 뒹굴 거리지는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강현은 잠깐 사단장실 입구를 살폈다. 누군가가 들어올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었다 깨난다 해도 이 꼴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대한국 외무부 4급 사무관이 곰돌이 인형을 껴안고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는 꼴을 대체 누구에게 보여줄 수 있겠나. 여동생들에게도 안 하는 걱정을 연상의 동료에게 해야 하니 나하에서 혼나던 것이 언제 적 일인지 아득하기만 했다.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데 박화원이 엄청난 소리를 내뱉었다.

저녁 때 깨워줘요.”

자기 방에서 자지 왜 여기서 이래요!”

내 방에 있으면 안 깨워줄 거잖아요!”

아이고.”

그거 한 번을 안 깨워줬더니만 두고두고 트집잡혔다.

그럼 카라나 미로한테 부탁하던가.”

여승무원들도 있잖아요.’라고 덧붙이려다가 말았다. 이 열차는 군용열차다. 만주 전역에서 엄선되었다는 만철 여승무원은 없었다. 여군도 없었다. 아니, 의무군교 중에 여군이 한 명 있었던가.

귀찮아요.”

이 쯤 되면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가시내 땡깡수준이다. 계속 박화원을 만류하던 강현도 이젠 그만 어이가 없어져서 웃고 말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더듬더듬 만문 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중간이나 썼나.

아우, 제길.”

도저히 문장이 떠오르질 않았다. 강현은 불행히도 한국어를 제외한 그 어떤 언어도 체계적으로 공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부하 간부들에게 도움을 청하자니 이 사람들도 만주어 실력은 그다지 믿고 의지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대부분 관외상실 이전에 관외의 학교에서 니칸어 위주로 공부를 했던 탓이다.

차라리 미로나 카르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강현은 바로 고개를 저어버렸다. 병력 5천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동생뻘인 처녀애들 불러다 놓고 보고서 문장 검토 받는 모습을 생각하니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부는 기밀사항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러면 당장 박화원을 쫓아내야 하는 것 아닐까.

박 서기.”

그러니까 생각 난 김에 군사기밀을 구실로 박화원을 쫓아내자. 거기에 생각이 미친 강현은 다시 한 번 박화원을 불렀다. 그런데 이번에도 뭔가 막무가내로, 아니면 그럴듯한 이유로 버티면 그 땐 어떻게 한다. 그건 조금 있다가 생각하기로 했다.

박 서기?”

박화원을 불러놓고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강현은, 이내 박화원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그 몇 분 사이에, 박화원은 정말로 잠들어버렸다.

이 아가씨야.”

헛웃음을 지은 강현은 주전자에서 보리차를 따라 마시면서, 북몽골을 가로지를 때 탔던 혹 두개 달린 낙타를 떠올렸다. 처음 그 놈을 구해서 끌고 왔을 때 트림해대는 모습에 박화원이 엄청 질겁하며 자기 등 뒤에 달라붙었지. 그 다음엔 등이 따갑다고 징징댔던가. 그 놈이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휴우…….”

덜컹대는 기차 안에서 이질적일 정도로 푹신한 소파에 깊이 몸을 파묻었다.

이런 의자에 앉아본 게 얼마만이더라. 화원함 함장일 때 사관실에서 앉아봤던가.

화원함이라. 화원함…….”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배, 처음으로 지휘관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시험해보았던 그 배의 이름을 되뇌면서, 강현은 자신의 맞은편 침대 위에서 곰돌이를 끌어안은 채 잠든 서기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배에 다시 가 볼 일이 있을까.

그 배와 같은 이름을 가진 아가씨를 데리고.

나 원.”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건지. 강현은 자신의 머리통을 두들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독일 수군에게서 나포한, 1909년에 진수된 3364톤짜리 경순양함. 함령으로만 따지면 이제 14년밖에 안 되긴 했다. 하지만 한국수군의 다른 함정들과 독일제 함정은 확실히 이질적이다. 자신이야 개장한 지 얼마 안 된 배의 지휘를 맡아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함령이 더 길어지고 정비소요가 늘어난다면 그 때 화원함 함장은 꽤나 골치를 썩을 것이 뻔하다. 언제나 육군과 피 말리는 예산싸움을 벌이는 수군 수뇌부가 그렇게 예산을 이중으로 잡아먹는 배를 오래 쓸 리는 만무했다. 어차피 작은 경순양함 아닌가. 차라리 신형 함정을 하나 더 뽑아서 때우는 쪽을 택할 것이다.

하아…….”

자식이 언제 죽을지를 가늠해 보는 부모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강현은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지가 많은지 머리카락이 금세 엉키고 있었다. 일찍 저녁을 먹고 씻어야겠다. 현재 시각은 17:30.

바깥은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새로운 근무환경이 도래하는 시기다.

나가볼까.”

박화원이 나가지 않으면, 자신이 나갈까 생각했었다.

운동도 할 수 없는 기차 안, 운동 삼아 이런 것도 괜찮겠다.

나갔다 올게요.”

벌써 몇 번일지 모르는 인사를 건네면서, 강현은 박화원이 누워 있는 침대로 상체를 기울였다.

북위 45, 만주의 4월은 아직 춥다.

걷어차지 말아요.”

이 아가씨가 이불을 걷어 차낼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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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줄이 끊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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