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H】Episode. 늑대와 수군 무관 - Part. 낮에 나온 반달 - 2 ♧:1920'S(소설):♣

1. 이 소설은 고증 개무시, 막가파적 구성을 가진 대체역사라 부르기도 뭣하고 판타지라 부르기도 뭣한 그냥 잡설입니다. 깊이 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2. 거기다가 군대에서 구상한거라 정말 대중이 없습니다.

3. 쪼가리입니다.

4. 그래도 에러는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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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Episode. 늑대와 수군 무관 - Part. 낮에 나온 반달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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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늑대와 수군 무관



Part. 낮에 나온 반달. - 2





-빨리 사격 해, 사격 해!

보이질 않습니다!”

-일단 쏘란 말야!

전성관에서는 사격하라는 닦달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첫 발포 이후 10초가 지나도록 11034호의 전방 기관총은 불을 뿜지 않고 있었다. 물론 이지호와 타이샨이 그 사이 놀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실탄도 장전되었고 잠금장치도 풀렸다. 적이 보이기만 하면 당장 사격을 개시할 테지만, 정작 그 적이 보이질 않고 있었다.

“1호차 기관총좌, 적 안 보입니까?”

기관차 전방에 경계석을 설치해놓은 이유는 상당수의 마적들이 철로 가운데에 장애물을 설치하고 열차를 탈선시켜 약탈을 자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관차 전방 경계석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시야에 한계가 생긴다. 그래서 전투 시에는 1호차 내에 설치한 높은 기관포탑이 시야를 담당한다.

-, 1호차 애들 다 뻗었잖아. 니들이 어떻게든 해 봐! 우왁!

-! 타당! 따앙!

!”

차장과 전성관으로 통화하던 타이샨이 귀를 감싸 쥐며 전성관에서 나가 떨어졌다. 탄환이 전성관을 때린 모양이었다. 기관총을 잡고 있던 이지호가 전성관에 대고 차장을 불렀지만 저편에서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믿을 것은 기관실뿐인가.

기관사님. , 보이십니까?”

-보인다, 언덕 위에!

개새끼들, 드디어 기어나왔구나. 기관총 방아쇠에 손을 건 이지호가 이를 악물었다. 분명히 총성도 울렸고 피해도 보고되었는데 왜 적이 안 보이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놈들은 이 근방에서 보기 힘든 수풀 속에 들어앉아 있었다. 그 놈들이 수풀 밖으로 기어 나오자, 이윽고 언덕 위로 또 다른 기병들이 소총을 꼬나든 채 우글우글 몰려오기 시작했다.

타이샨, 조명탄 쏴!”

으으, 알았어!”

간신히 충격에서 벗어난 타이샨이 어기적어기적 기어 경계석 지붕에 설치된 방아쇠를 당겼다. 슈우우우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머리 위에서 퍼엉 하는 소리가 들렸다. 기대하는 것은 반경 10km 이내의 누군가가 이 신호를 보고 근처의 경찰서나 군부대, 혹은 역에 신고하는 것. 문제는 과연 반경 10km 이내에 전화를 가진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국군 기병중대 하나가 아슬아슬한 거리에 주둔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 새끼들, 온다!

쏘기 시작!”

퉁퉁퉁퉁 하는 소리가 비좁은 경계석 안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원통형의 구형 맥심기관총이 덜덜거리며 탄환을 뱉어냈다. 저 멀리, 초원의 한 구석이 시커멓고 누런 군복들, 갈빛 말갈기로 얼룩덜룩했다. 그 한가운데에 두 사람이 던진 기관총탄들이 들어박힌다. 흙먼지가 일렬로 피어올라 장벽을 만들어냈다. 말 한 마리가 풀썩 뛰어오르면서 그 주인을 흙 땅 위에 내동댕이친다. 그 뒤를 달려오던 다른 말이 주인의 전우를 사정없이 짓밟고는 무리와 함께 관성에 몸을 맡긴다.

안 맞는다. 정말 안 맞는다. 누가 기관총만 있으면 무적이라고 했나. 턱을 타고 땀이 흘렀다. 이 답답한 전투모만 벗으면 명중률이 올라가려나. 탄환은 도대체가 사람이나 말은 맞히지를 못하고 애꿎은 땅만 퍽퍽 때려댔다. 당장이라도 이 썩을 놈의 영국제 맥심 기관총을 한 대 후려패고 싶었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 기관총조차 없으면 자신들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탄띠!”

방아쇠를 몇 번 당기지도 않았고 적이 얼마 쓰러지지도 않았는데 벌써 철컥 소리가 들렸다. 그 사이에도 적들은 계속해서 열차를 향해 치달린다. 이미 선두에 선 놈들은 소총을 들어 사격을 시작했다. 언덕 위에 숨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사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라면 보통 가까운 것이 아니다.

빨리 해!”

있어 봐, 이런 제길!”

타이샨이 탄약상자에서 탄띠를 꺼내 장전한다. 그 간단한 행동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걸까. 1초가 흐를 때마다 말을 탄 적들은 엄청난 기세로 열차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기관차가 어떻게든 속력을 내 보려 발악을 한다. 보일러 안에서 실린더 돌아가는 소리가 발을 타고 온 몸에 퍼졌다. 하지만 증기기관차는 증기기관차다.

완료!”

쏘기 시작!”

타이샨이 노리쇠덮개를 내리자마자 이지호가 곧바로 방아쇠를 당겼다. 소총 사격을 위해 속도를 줄이고 위치를 유지하던 놈들이 주르륵 나가떨어졌다.

대체 어떤 새끼들이야, 열차 한 대를 잡으려고 몇 명이나 온 거야!”

이지호가 육두문자를 잔뜩 뱉어냈다. 마적 떼의 열차 습격조는 보통 많아봐야 서른이고 열에서 스물 사이의 인원이 가장 흔하다. 너무 많아봐야 열차 안에서 노획한 물자들 분배하다가 싸움 나니까. 그런데 이놈들은 족히 1개 중대 급은 될 것 같았다. 우르르 몰려오니 거리가 가까워지면서는 꽤 많은 놈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고도 몰려오는 놈들이 너무 많았다.

운게른, 운게른일 걸?”

?”

그 미친 남작 말야, 바론 운게른!”

옆에서 타이샨이 운게른이라는 이름을 들이댔다. 이지호도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다. 이런 멍청한. 니이슬렐후리를 출발하면서 그렇게 브리핑을 받고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다니.

그 새끼 몽골 쪽에 있는 거 아니었어?”

하지만 브리핑 받기로는 운게른과 그가 이끄는 이른바 불교도군기사단의 활동영역은 주로 대흥안령 서부의 몽골령 지역이고 대흥안령 동부의 만주령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활동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몽골 동부를 점령하고 니이슬렐후리까지 침공할지도 모른다 어쩐다 하는 소문은 대체 뭐란 말인가. 왜 그 부대가 치치하르에서 100km 떨어진 이곳에 나타나서 열차를 공격하냔 말이다!

그게 뭔 상관이야. , 제대로 쏴!”

우왓, 빌어먹을!”

세 번 연달아 방아쇠를 당기다가 방아쇠울에서 손가락을 뺐다. 탄띠는 아직 여분이 탄환을 물고 있다. 젠장, 이제는 한계다. 이지호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전방 경계석은 좌우 100도가 커버 범위의 한계다. 기관차 때문이다. 그 사각범위 이내로 다가온 놈들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전방 기관총이 할 수 있는 것은 뒤따라 다가오는 놈들의 숫자를 줄여주는 것 뿐. 그래서 1호차가 중요하다. 하지만 1호차 요원들은 다들 아침 잘못 먹고 뻗어 있다.

타이샨, 네가 쏘고 있어.”

어떻게 하려고?”

올라갈게.”

?”

방법이 없다. 이지호는 크게 한숨을 내 쉬었다. 이미 밖에서는 콩 볶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열차 하단부와 문짝에 철판을 대놓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객차 한둘쯤은 박살이 났을 테다. 그렇다 해도 이대로라면 놈들이 열차 안에 침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안기야 사장과 퍼이기야 일등사가 1호차에 있다고는 해도 단 둘이서는 역부족일 것이 뻔했다. 어떻게든 힘을 보태야 한다. 어차피 열차가 점령되면 이 전방 경계석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 그럼 내가 올라갈게!”

기관총 조치하는 건 네가 더 잘하잖아. 부탁한다!”

야 이 새꺄!”

뒤에서 타이샨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무시한다. 경계석 밖으로 빠져나온 이지호는 기관차 외부복도에 발을 디디고 선 채 5호 소총을 꺼내들었다. 탄입대에는 50발을 채워 넣었다.

가 보자!”

발밑으로 흐르는 땅을 뇌리에서 애써 지우며, 구름이 점점이 떠 있는 하늘을 향해 소리친다.

그 결의 가득한 외침은 곧 총성에 파묻혀 흔적도 없이 분해되었다.

 

처음 방패가 되어주었던 책상은 이미 걸레짝이 되어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나무로 만든 객차 윗부분은 성한 구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철판을 덧댄 아랫부분은 그 철판들에 총알이 맞아 이리저리 튀어나오고 일그러져 있었다. 그 앞에는 다시 네모난 테이블들이 정신없이 들어박혔다. 여자 승객들은 적이 몰려오는 반대쪽 구석으로 피신해 있고, 남자들은 부지런히 테이블을 옮겨 나르고 있었다.

-! ! 피잉!

조심해, 자세 낮춰! 계속 움직여!”

다시 총알이 날아들고 파편이 튄다. 유리창은 이미 모조리 깨져서 더 깨질 것도 없었다. 여성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자 남자들도 혼비백산한다. 강현은 그 중 한 사람 붙잡아놓을까 생각을 했지만 곧 뻗었던 팔을 거두어들였다. 어차피 테이블들을 붙여놓는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저 술 먹은 총알들이 재수 없게 철판을 뚫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랄 뿐.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한 방 갈기고 싶다. 하지만 불행히도 강현에게는 권총 한 자루 없었다. 권총은 물론이고 환도까지 매여 있는 허리띠를 뭉텅 방에 놓고 온 것이다. 설마 밥 먹는 중에 뭔 일이 있겠나 싶기도 했고 여러 사람들 있는데서 절그럭거리며 칼 메고 돌아다녀서 좋을 것 없을 것 같기도 해서 맨몸으로 나왔더니만, 개도 안 건드린다는 밥 먹는 도중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그보다, 이 열차 내의 모든 요원들을 다 동원하면 1개 소대 병력이라면서 왜 아무데서도 총성이 울리지 않는 것일까. 식당차 내에서 접객 중이던 승무원들은 다들 승객들을 반대편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중이었다.

부령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뭐야, 이게 몇 자루야?”

1호차 쪽에서 낑낑대며 기어온 여객행정관은 기다란 제5호 소총을 한 아름, 그야말로 한 아름 팔에 두른 채 강현의 앞에 와르르 쏟아내었다. 그 행정관의 머리 위로 파편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지금 1호차 대원들이 죄다 식중독 났습니다. 남은 건 여승무사들 뿐입니다.”

하나도 없단 말요? 전 당직자는?”

두 명은 지금 당직 들어가 있고 두 명은 포탑에 배치중입니다.”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하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열차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비대원들이 식중독이라니. 강현이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와중에도 총알은 여전히 철판을 때리고 여승무사들은 각자 5호 경소총과 탄입대를 집어 들었다. 탄띠를 허리에 두르고 탄환을 장전하는 폼들이 그나마 강현의 심란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고 있었다.

일단 해 봅시다.”

여승무사들이 5호 경소총들을 들고 흩어지자, 강현은 남은 5호 소총 한 자루와 탄입대를 집어 들었다. 탄환 다섯 발을 장전하고 안전장치를 해제한다. 총알 날아드는 소리, 파편 날리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싶어지자, 강현은 곧바로 윗몸을 일으키고 소총을 어깨에 견착 시켰다. 타이밍을 못 맞춘다 해도 저 쪽은 말 위, 이쪽은 열차 안. 이쪽이 조금은 더 승산이 있다.

잡았다!”

가늠자와 가늠쇠가 만들어내는 십자선 한가운데에 말 대가리가 들어온 순간, 강현이 나지막하게 외쳤다. 방아쇠를 당기자 오래간만에 맛보는 강렬한 반동이 온 몸을 뒤흔들었다. 눈알과 뇌가 일직선으로 터져나갔을 말이 그대로 앞다리의 힘이 풀려 주저앉는다. 뒤이어 달리던 말이 동료를 밟으며 넘어지더니 그 동료의 주인을 깔아뭉개 뼈를 산산조각 낸다. 내팽개쳐진 주인은 또 다른 말발굽들이 만들어낸 흙먼지에 휩싸였다. 어떻게 되었을지는 알 바 아니다.

-으랴아아아!

-타앙!

강현을 발견하고 총을 치켜들던 놈이 목을 뒤로 홱 젖히며 말안장에서 떨어져나갔다. 그 옆에서 다시 한 놈이 앞으로 고꾸라진다. 상대적으로 사거리도 짧고 저지력도 약한 5호 경소총들에, 전투 전문이 아닌 여승무사들이지만 일단 전장에 투입되자 제 역할은 충분히 해주고 있었다. 그 사이에 강현은 탄약 한 발을 장전시키고 다시 몸을 내밀었다. 창문 사이 차벽을 나서자마자 그 차벽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다. 설마 저게 소총탄일까.

-히갸아아악!

머리를 조준해 맞출 시간 따위는 없다. 급한 대로 방아쇠를 당기고 보니 조준당한 놈은 팔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버티려 하다가 끝내는 말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다시 주저앉을 틈도 없다. 전방에서 기관총이 엄호해주고 있겠다, 그대로 노리쇠를 후퇴시키려 할 때였다.

아악!”

열차 후미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일단 또 한 놈을 쏜다. 젠장, 이번엔 빗나갔다. 흙먼지가 깨진 창 안으로 밀려들어와 숨 쉬기가 곤란했다. 입 안에 먼지가 자근자근 씹힌다. 위아래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머리를 겨누고 쐈다. 총에 맞은 건 모자인데 모자 주인은 맞지도 않은 머리를 움켜쥐다가 그대로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다시 말 세 마리가 잇달아 부딪치며 하극상 파티를 벌인다. 마적들은 당황했는지 서로서로 거리를 벌리려 야단법석이었다. 젠장, 골치 아파졌다. 안 그래도 빠르게 움직이는 놈들이 더 간격을 벌리다니.

“1호차 쪽으로 옮겨 주세요!”

상체 높게 해 주세요. 출혈 많아지면 안돼요.”

다섯 발을 다 쏘고 나서 얼른 주저앉아 탄 묶음을 꺼내들었다. 살짝 고개를 돌리고 보니 여승무사 하나가 총에 맞은 모양이다. 다리 쪽은 다른 여승무사가 들었는데 머리 쪽을 든 것은 박화원이었다. 그 박화원의 등 뒤로 총알 하나가 막 지나갔다.

박 서기, 조심해!”

?”

조심하라고, 머리 낮춰! 우왓!”

이렇게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 갈 노릇이 있나. 여승무사가 총 맞은 것보다도, 총알이 날아들고 파편이 정모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보다도, 박화원이 총 맞으면 어떻게 될지, 강현은 그 장면을 잠시 생각했다가 1초 만에 지워버렸다. 움직이는 열차 위, 총이 흔들리면 안 된다. 다시 방아쇠를 당긴다. 코 앞까지 들이닥친 녀석이 이마 한 가운데에 구멍이 나 뒤로 나자빠졌다.

-쿠투투퉁!

꺄아아!”

갑자기 객차가 좌우로 심하게 요동쳤다. 사람 몸이 깔린 것일까. 여승무사들과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급하게 자세를 낮췄다.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환자를 옮기고 있는 박화원과 여승무사, 그리고 명색이 수군 무관인 강현뿐이었다. 객차가 기울어진 탓인지 잠시 움찔하던 한 녀석을 쏴 떨어트렸다. 그 옆에 한 놈, 기관차를 향해 돌진하는 녀석을 떨어트린다.

열차 왜 이렇게 느려!”

당장이라도 행정관을 붙잡고 따지고 싶었지만 만주어로 뭐라고 말해야 하는지 생각도 안 난다. 다시 차벽 밖으로 나간다. 한 놈이 기관차를 향해 권총을 쏘고 있었다. 놈을 쏴 떨어트리고 나서 보니 기관차를 공격하는 놈이 한둘이 아니었다. 이러다간 놈들이 기관차를 점령할 기세다. 그렇다면 박화원을 따라 기관차 쪽으로 움직여야 할까. 하지만 그러자니 여승무사들만 남을 객차가 문제다.

일단은 다시 한 묶음만 더 쓰고 결정하자. 그렇게 생각한 강현이 테이블 바리게이트에서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우워어어!

-콰직!

!”

1초 차이였다. 덩치가 산만한 백인 한 놈이 말을 탄 채로 도끼를 휘둘러 방금 전까지 강현의 머리가 있었던 자리를 찍어버렸다. 가만 놔두면 이대로 도끼에 의지해 객차 안으로 들어올 기세다. 다행히 총구를 들이대기도 전에 1호차 기관포탑에서 날아든 탄환이 놈의 머리통을 산산조각내고 말의 등줄기를 훑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었다.

!”

들어와, 들어온다고!”

어떻게 해!”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기어이 놈들 일부가 열차 창문에 달라붙었다. 1호차의 기관포가 부지런히 놈들을 갈아대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관포탄 세례도 잠잠해졌다. 탄띠를 갈고 있는 것일까. 그 사이에 놈들은 도끼를 휘두르고 갈고리를 걸어대며 경소총을 든 여승무사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아무리 소총 사격 훈련 정도는 받는다지만 근접전으로 가면 체격 면에서 불리한 여승무사들이 상대가 안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비켜!”

일단 급한 대로 방금 자신의 머리를 날려버릴 뻔 했던 도끼를 뽑아들었다. 한 놈이 땟국물 좔좔 흐르는 면상을 창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오른손에 쥔 손도끼를 세게 후려친다. 머리가 깨진 놈이 막 새로 태어나는 것 마냥 우렁찬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싸고 자빠졌다. 왼쪽으로 넘어간 오른손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면서 그 옆 창문으로 넘어오려는 놈의 머리통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린다. 이걸로 두 놈. 창틀을 붙잡은 놈의 손목을 찍어버렸다. 손목이 나가버린 놈은 지탱할 것 없이 열차 창문에 이마를 박고는 그대로 열차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트트틍!

!”

또 한 구의 시체가 깔리자 열차가 사정없이 요동쳤다. 간신히 안정되고 나자 총알이 그나마 덜 날아드는 방향을 찾아 고개를 들었다. 한 놈이 권총을 이쪽으로 들이댄다. 제길, 소총을 놓고 왔는데 어떻게 하나 싶었던 순간에, 갑자기 놈이 앞으로 고꾸라져버렸다. 어떻게 된 걸까. 생각 할 겨를이 없었다. 또 다른 한 놈이 위에서 날아든 총알을 맞았는지 머리 위쪽에서 피를 뿜으며 땅을 굴렀다. 여유가 생긴 참에 여승무사들에게 소총 사격을 맡기고 어서 소총을 회수해야겠다고 생각 한 참이었다.

-! 우당탕!

-꺄아악!

-4호차! 4호차 증원! 아악!

-다들 항복하시지! 이 열차는 우리가 접수한다!

이건 또 뭐여!”

강현이 있는 식당차는 3호차, 4호차부터는 2등석과 3등석 객차들이 있다. 4호차 쪽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비명 소리, 욕설이 난무했다. 안 봐도 뻔하다. 결국 4호차에 놈들이 난입했으리라. 생각 같아서는 당장 병력을 차출해서 4호차를 구원하고 싶었지만 여승무사들만으로는 3호차를 지켜내기에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 고민은 1초 만에 사라져버렸다.

-끼이익! !

계집년들이 총 같은 거 쓰는 거 아니야!”

건장하다 못해 거대하다고 해야 좋을 법한 청년이 사투리가 심하게 섞인 만주어로 지껄이면서 호기롭게 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강현은 잠시 등 뒤를 돌아보았다. 여승무사 두 명이 창문에서 잠시 떨어져 이쪽을 보고 있었다.

!”

-타탕!

!”

성지유가 들었으면 당장에 낭심 차기를 날렸을 법한 발언을 입에 담은 녀석은 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두 발의 총알을 머리에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 뒤에는 한 손으로는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마적들이 복도를 꽉 메우고 있었다.

지붕 위의 사수는 다른 적을 맞아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1호차의 기관포는 이쪽을 지원해 줄 수 없다.

다른 여승무사들은 적에게 제압당했거나 다른 적들을 맞아 싸우기에도 벅찬 상황.

방금 전에 복도 쪽으로 사격했던 승무사들은 탄환을 재장전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그야말로 시베리아 불곰이 저렇게 생겼을까 싶은 덩치가 청룡도인지 뭔지 커다란 칼 한 자루를 빼어들고 강현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손에 들린 것은 손도끼 한 자루.

망했다.”

강현의 입에서, 그 전매특허 절망선언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부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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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씬 쓰기 왜 이렇게 힘들까요. -_-;;


덧글

  • 지크프리드 2012/01/18 11:10 # 답글

    생사의 기로가 달린 순간이로군요.'ㅅ'
  • 천지화랑 2012/01/18 11:11 #

    사실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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